AI 구독권, 고성과자에게 몰아줘도 될까 — '실리콘 천장'이라는 새 격차
리더는 주 수회 AI를 쓰고, 현장 직원 절반은 사용이 제자리입니다. 예산을 몰아주면 ROI는 당장 오르지만, 그 격차는 조용히 굳어져 '실리콘 천장'이 됩니다.
AI 구독 라이선스는 한정돼 있는데, 누구에게 먼저 줄지 정하는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일 잘하는 사람부터 주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격차
BCG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리더급 이상은 75% 이상이 주 수회 이상 AI를 업무에 활용합니다. 반면 현장 직원의 **51%**는 AI 사용량이 도입 초기 이후 제자리걸음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 숫자입니다. Microsoft와 LinkedIn의 조사에서 현장 직원의 **78%**는 회사 라이선스가 없어 개인 비용으로 AI를 쓰는 이른바 'BYOAI'(Bring Your Own AI)를 하고 있었지만, 그중 정식 AI 교육을 받은 사람은 **39%**에 불과했습니다. 회사가 나눠주는 자원도, 체계적인 교육도 위로 몰리는 사이, 아래에서는 각자 스스로 배우고 각자 돈을 내고 있는 겁니다.
리더급의 주 수회 이상 AI 활용률. 반면 현장 직원의 51%는 사용량이 정체돼 있고, 78%는 개인 비용으로 AI를 쓰지만 정식 교육 수혜자는 39%뿐입니다. — BCG(2025), Microsoft×LinkedIn
몰아주기 전략이 단기 ROI를 끌어올리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조용히 굳어지는 게 있습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를 못 받아서 뒤처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 아니, 실리콘 천장입니다.
예산 회의실의 세 목소리
아래 인터뷰는 실제 조직 상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친 관점들을 재구성한 가상 대화입니다.
최OO · 사업부 임원
"효율이 증명된 곳에 먼저"
"예산이 무한하지 않잖아요. 이미 성과로 증명한 팀, 라이선스 하나 더 줬을 때 결과가 확실히 나오는 사람부터 챙기는 게 회사 입장에선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오OO · 생산관리 3년차
"제 돈으로 쓰고 있어요"
"저희 부서엔 라이선스가 안 내려와서, 어차피 필요하니까 개인 카드로 결제해서 씁니다. 근데 누구한테 물어볼 데도 없고 혼자 서툴게 배우다 보니, 잘 쓰는 옆팀이랑 갈수록 벌어지는 게 느껴져요."
이OO · 인재개발팀
"이거, 육성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잘하는 사람한테 더 주는 건 쉬운 결정이에요. 근데 5년 뒤 우리 조직의 AI 역량 지도를 그려보면, 지금 안 주는 사람들이 그대로 하위권에 남을 거란 말이거든요. 이건 IT 예산이 아니라 인재육성 전략으로 다뤄야 할 사안 같아요."
FLOW의 시각 — 구독 배분은 IT 예산이 아니라 육성·형평의 인사 문제
최OO 임원의 판단은 이번 분기만 보면 맞습니다. 하지만 이OO 팀장의 지적처럼, 이 결정은 회계연도가 아니라 조직의 5년 뒤 역량 지도를 그리는 결정입니다. 저는 이 둘을 다투게 하지 않고, 배분 기준 자체를 세 축으로 나누라고 제안합니다 — 활용도(지금 얼마나 쓰고 있는가), 성장잠재력(지금은 낮아도 배우면 크게 늘 사람인가), 업무필요도(그 업무가 AI로 얼마나 대체·보완되는가). 최OO 임원의 논리는 활용도 축 하나만 본 것이고, 이OO 팀장의 우려는 성장잠재력 축이 통째로 비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세 축을 함께 놓고 보면, 오OO 님처럼 업무필요도는 높은데 기회만 없었던 사람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FLOW~가 조직 진단에 쓰는 ICEP 매트릭스도 같은 원리입니다. AI를 어디에 먼저 적용할지 정할 때 효율만 보지 않고, 그 업무를 맡은 사람의 준비도까지 함께 놓고 봅니다. 라이선스 배분도 다르지 않습니다. 성과만 보고 몰아주면 이번 분기 숫자는 좋아지지만, 실리콘 천장은 그렇게 조용히 두꺼워집니다.
라이선스 하나를 누구에게 줄지는 사소한 결정처럼 보이지만, 그 결정이 쌓이면 5년 뒤 누가 AI와 함께 일하고 누가 AI에게 자리를 내주는지를 가릅니다. 우리 조직의 AI 역량 개발은, 지금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까.